돈에 관하여/여러가지 이야기
적금 vs 지수추종: 단리와 복리의 결말은 달랐습니다
by 파도위의그래프
2025. 10. 17.
“지수추종은 목돈 만든 다음에 할게요”
주변 지인들에게 지수추종을 권하면 종종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돈 좀 모아서 그때 시작할게요.”
저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준비가 되면 더 안전할 줄 알았죠.
그런데 준비하는 그 사이에도 시장은 항상 움직였고, 준비하는 와중에 몇 번의 상승 구간을 그냥 보내버렸습니다.
원금 보장이라는 허울 속에 마음은 편안했지만 시간은 제 편이 아니었죠.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월적립으로 시작하는 쪽이 낫다고 말해왔습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적금의 구조 — 단리, 월차감, 세금
정기적금은 이름값만큼 정직합니다.
다만 구조가 가진 한계가 분명하죠.
우선, 적금의 이자는 '단리'입니다.
첫 달 납입분만 12개월 꽉 채워 이자를 받고, 둘째 달은 11/12, … 마지막 달은 1/12만 이자를 받습니다.
그래서 같은 금액을 1년 동안 넣으면 세전 평균 실효율이 대략 명목금리 × (13/24)로 떨어졌습니다.
명목 3% 적금이라도 세전 평균은 약 1.625%였죠. 여기에 이자소득세 15.4%를 내면 세후 체감은 약 1.38%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물가가 3%만 올라가도 실질적으로 적금에 넣은 돈의 가치는 녹아내리는 셈이었죠.
게다가 ‘적금을 납입하여 준비하는 동안 복리 시계가 멈춰 있다’는 점이 더 큰 단점이라 할 수 있죠.
원금이 보장된다는 마음은 편했지만 돈이 시간이란 연료를 못 태우고 서 정체 되어있는 셈이었죠.
지수추종 — 연 평균 복리 11% 가정과 시간 분산(S&P500 지수 연평균 11% 성장 기준)
반대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월적립으로 샀을 때, 보유하고 있는 계좌는 복리의 힘을 얻을 것입니다.
장기 평균을 연 11% 복리로 가정하면 핵심은 “언제부터 시작하느냐”였습니다.
저는 가격 예측을 포기하고 시간을 분산했습니다.
매월 자동이체로 행동을 단순화하였습니다.
하락장은 여전히 공포스럽지만, 매달 같은 금액을 매수하고 보니 평단이 자연히 내려갔고, 지수가 회복하면 상승 구간을 온전히 탔습니다.
특히 ‘이번달 얼마, 다음 달 또 얼마’이라는 규칙이 저의 멘탈을 지켜줬습니다.
큰 결심 한 번보다 작은 결심 열두 번이 오래가더라고요.
결국 버티는 힘은 복리의 시간과 만나야 의미가 생긴다고 깨달았죠.
숫자로 본 10년 — 월 100만 원의 두 갈래
가정을 명확히 했습니다.
월 100만 원을 10년(120개월) 동안 적금과 지수추종에 적립한다 가정했습니다.
- 지수추종 ETF(연복리 11% 가정, 월말 100만 원씩 120개월간 매수) → 미래가치 약 216,998,000원이 나왔습니다.
- 정기적금(명목 3%, 단리·월차감·세후 15.4%)
→ 1년 세후 이자는 12,000,000원 × 3% × (13/24) × (1−0.154) = 164,970원
→ 10년 합계 세후 이자 :1,649,700원
→ 원금 120,000,000원 + 이자와 합쳐 121,649,700원
같은 돈을 같은 기간 넣었는데, 결과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습니다.
적금은 ‘보관’에 가깝고, 지수추종은 ‘성장’에 가깝다는 느낌이죠.
물론 수익률은 가정일 뿐입니다.
내일 시장이 어떻게 흔들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구조의 차이, 즉 단리 vs 복리, 그리고 지금 vs 나중의 결말은 시간이 길수록 더 벌어질 것입니다.
왜 저는 지금부터라고 말했는지 결론 지어 드리겠습니다.
저는 결국 ‘목돈을 만든 다음’이라는 계획은 시간을 허공에 태우는 것 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은 돈이라도 복리라는 흐름에 탈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조금 더 이득인 것이죠.
월적립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월급 다음 날 자동이체, 월 1회 매수 정도였죠.
그렇게 1년, 3년, 그리고 현재 5년 차가 되니 제 계좌는 “기다린 시간의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돈이 아니라 시간이 일을 했고, 저는 그 시간을 시장에 맡겨두었을 뿐이었죠.
그래서 저는 지금도 주변에서 “돈 모으고 지수추종 하려고요”라고 말하면 이렇게 답합니다.
"지금부터 조금씩 하는 게 좋아요."
적금은 마음의 안정을 줬지만, 복리는 시간을 먹고 자랍니다.
오래 그리고 꾸준히 매수하는 사람이 결국 이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