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재우기 전 늦은 밤에 저는 거실에 있는 해수어항이랑, 휴대폰 속 S&P500지수와 NASDAQ100 지수 차트를 번갈아 보게 됩니다. 한쪽에서는 니모가 어항에서 바삐 헤엄치고, 다른 쪽에서는 그래프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보다 보니 이 둘이 생각보다 꽤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해수어항을 운용하면서 실패도 몇 번 해보고, 주식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사팔하며 물렸었던 경험도 해보니, 둘 다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느낀 공통점을 세 가지로만 정리해보려고 해요.
닮은 점 1. 욕심내어 자주 건드릴수록 망가진다
해수어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어하에 손이 정말 많이 댔어요.
바위 배치를 하루가 멀다 하고 바꿨습니다. 오늘은 이 구도가 더 예뻐 보이고, 내일은 또 다른 구조가 좋아 보이고…
결국 바닥재랑 라이브락을 여기저기 옮겨대느라 물고기들과 산호들이 편히 지낼 틈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물고기 한두 마리만 더 넣으면 더 풍성해 보이겠다”는 욕심이 올라온적이 있었지요.
커뮤니티 구조를 잘 알지도 못한 채 물고기(그린크로미스)를 추가로 입수했다가, 결국 커뮤니티 균형이 깨지면서 그린크로미스가 니모 한 마리를 계속 쪼아서 니모가 움직임도 줄어들고 먹이도 안 먹어 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요.
산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름만 들어본 산호를, 제대로 공부도 안 하고 예쁘다고 들여왔다가 환경이 맞지 않아서 그대로 녹여 죽어버린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욕심을 손을 댈 수록, 오히려 어항속 생물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있구나.”
주식투자도 비슷했어요.
한동안은 레버리지 ETF 상품을 사고팔면서 “타이밍만 잘 맞추면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반도체 3배 레버리지 SOXL을 가지고 시장 이벤트와 반도체 업황 그리고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단기 매매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정도 지나서 냉정하게 숫자를 계산해보니, 그 돈을 그냥 패시브 인덱스 펀드에 넣고 가만히 뒀다면 수익이 수십배는 컸겠더라고요.
레버리지를 매매한 기억은 스트레스와 피로로 남았는데, 그로 인한 수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주 사팔하면 손은 많이 가고, 마음은 지치고, 남는 건 별로 없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어요.
닮은 점 2. 시간과 사이클을 버티는 힘
해수어항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박테리아가 자리 잡는 시간이라고들 하죠.
저도 한참을 물잡이를 하고 어항을 운용하다보니 그 말을 이해하게 됐어요.
눈에 보이는 건 녹조, 갈조 뿐인데 사실 그 뒤에서 서서히 “균형 잡힌 사이클”이 만들어지고 있더라고요.
사이클 잡는 시기를 너무 빨리 끝내보겠다고 환수,청소를 자주 하면 오히려 어항에 박테리아 잡히는 시간이 길어져 물고기가 사는데 방해만 되더라고요.
주식투자도 비슷했습니다.
저는 4년전부터 미국지수 패시브 인덱스 펀드를 시작하였고 정해놓고, 매수하면 절대 건드리지 않는 규칙을 만들었어요.
처음 패시브인덱스 펀드 투자 1년차에는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한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부터 복리의 효과가 서서히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물론 투자기간 중간중간 시장에 급락이라는 큰 파도가 옵니다. 주가지수가 확 꺼지고, 계좌가 빨갛던 날이 파랗게 바뀌는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2~3년 뒤 차트로 시장이 급락했었다는 그 구간을 다시 보면 차트 위의 잔잔한 물결 하나일 뿐이더라고요.
해수어항 물이 잡히게되면(박테리아가 자리잡고 여과 사이클을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됨), 어떠한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패시브 인덱스펀드 투자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안정감을 찾아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는 변동성이 와도 마음이 예전만큼 크게 흔들리지는 않더라고요.
닮은 점 3. 세세한 숫자에 매달릴수록 지친다
해수어항을 시작한 초반에 저는 각종 물성치 키트를 전부 구매했어요.
암모니아, 아질산, 질산염, 인산염… 테스트를 하면 뭔가 안정 된 느낌이 들었거든요.
물론 이런 수치들은 어항과니에 정말 중요합니다.
어항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단해주는 좋은 도구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수치들에 제가 사로잡히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대량 환수를 하고, 약제를 도징하고, 여과재를 씻어주고….
어항을 관리하며 물고기들을 보는게 아니라, 어항속 수치만 바라보며 쫓아다니는 느낌이었어요.
결국 더 피곤해졌고, 물고기 입장에서도 환경이 자꾸 바뀌니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였을거에요.
주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레버리지 상품 대응을 할 때는 미국 경제지표 발표 시간표를 달력처럼 붙여놓고 살았어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실업률 같은 지표들이 발표되는 시간에 핸드폰을 켜고, 수치를 확인하자마자 레버리지 상품 SOXL의 등락을 유심히 보며 추가 매수하거나 매도하고, 매수 혹은 매도 후 주가의 급등락을 보며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는듯 했어요.
지표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물리기도 했고, “다음 발표 때 만회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또 레버리지를 들고 있게 되니, 생활 리듬까지 흔들리더라고요. 결국 돌아보면, 지표를 공부한 시간보다 지표에 휘둘린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해수어항에서도, 투자에서도 물성치와 지표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체크포인트” 정도로만 씁니다.
중요한 건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이더라고요.
결론
해수어항과 주식투자는 얼핏 보면 전혀 관련없는 다른 취미 같지만, 저에게는 같은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괜한 욕심으로 자꾸 건드리지 말 것, 사이클이 자리 잡을 시간을 주며 기다릴 것, 숫자는 참고용 도구로만 쓸 것."
요즘은 어항 앞에 앉아 물고기들이 여유롭게 헤엄치는 걸 보면서, 제 계좌도 시장에서 자유롭게 리듬을 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크게 흔들리지 않고, 너무 자주 손대지 않으면서, 오래오래 투자해가는 쪽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