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퇴직연금 기금화, 개인의 재산을 국가가 함부로 바꿔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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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하여/여러가지 이야기

퇴직금·퇴직연금 기금화, 개인의 재산을 국가가 함부로 바꿔도 되는가

by 파도위의그래프 202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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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NEWS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발언 캡처

요즘 뉴스를 보면 민주당과 정부가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퇴직연금 기금화” 이야기를 계속 꺼내고 있습니다.
퇴직연금 시장이 이미 500조, 2030년이면 1000조가 될 거라며, 이 돈을 모아 대형 투자로 국내 증시와 자본시장에 역할을 하게 하자는 발언도 나왔죠.

저는 이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을 위해 내 퇴직금을 연료처럼 쓰겠다는 건가?”


‘퇴직연금 수익이 연 2%밖에 안 나온다’는 말의 진짜 의미

정부·여당 쪽 설명을 들어보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연 2% 수준인데 국민연금은 6%이니, 퇴직연금을 기금화해서 국민연금처럼 굴리면 수익을 올려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 2%라는 숫자는, 여러 연구를 보면 최근 10년간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약 2.0% 수준)을 말하는 것이고, 그 안에는 예·적금 같은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예금에 넣어 두니 전체 평균이 낮게 나오는 건 당연한 구조입니다.

저는 같은 제도 안에서 DC형 계좌를 선택해, 스스로 공부하고 미국 지수추종 인덱스 펀드 위주로 4년간 운용해오고 있습니다. 대략 3년간 누적 수익률이 약 80% 정도 됩니다.(수익률이 3년뿐이 안 보이네요..)
같은 제도 안에서도 이렇게 운용하는 사람마다 수익률의 차이가 있는데, “전체 평균이 2%니까 우리(정치권)가 대신 굴리겠다”는 결론으로 가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생각합니다.

DC 계좌 상품 별 수익률
DC 계좌 최근 3년간 수익률

퇴직 연금 제도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1. 고비용 상품 위주의 판매 관행
  2. 예·적금만 기본값으로 설정한 디폴트 옵션
  3. DC형 퇴직금 상품 가입자 교육의 부재

이런 것들입니다. 제도를 통째로 국가가 기금화라는 이름으로 가져와야 할 이유는 여기서 나오지 않습니다.


기금화 논의의 본질은 ‘수익 개선’이 아니라 통제입니다

지금 여당과 정부에서는 기존 DB·DC·IRP 위에 선택형 기금형을 하나 더 얹자는 안과, 아예 퇴직연금을 통합 기금형으로 바꾸자는 안까지 함께 오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IRP는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이 세금 혜택을 위하여 개인의 돈을 추가로 납부한 개인형 계좌입니다.
DC계좌 또한 회사 부담금 위에 개인이 추납이 가능한 형태로, 스스로 투자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IRP와 DC를  “퇴직연금 시장 전체를 기금화한다”는 이름으로 하나의 거대한 기금으로 묶어 버리면, 사실상 개인 재산에 대한 간접적 통제 및 침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현재 국민연금 하나만으로도 이미 정치·정책 논란이 끝이 없는데, 제2의 국민연금을 하나 더 만들겠다는 그림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정말로 근로자 노후를 위한다면, 개인이 DC·IRP에서 저비용 인덱스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의 재산의 소유권과 의사결정권을 국가 쪽으로 옮기는 방향은 최후의 수단이어야지, 첫 번째 카드가 되어선 안 된다 생각합니다.


국민연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최근 기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퇴직연금 기금화에 특히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이미 환율·지수 방어 수단으로 여러 번 거론되고 있어, 퇴직연금이 기금화되면 개인의 소중한 퇴직금이 국민연금과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올해 11월 이후 기사 제목만 쭉 읽어봐도 분위기가 드러납니다.
경향신문 “환율 급등에 ‘국민연금 카드’ 꺼낸 정부 ‘외환시장 안정’ ‘국민연금 수익성’ 두마리 토끼 잡아야”
한국경제 “환율 소방수 맡기려는 정부… 국민연금은 ‘운용 수익률이 최우선’”
동아일보 “불붙은 환율에… 국민연금 ‘소방수’로 투입되나”
동아일보 “[사설] 국민연금 ‘환율 소방수’ 동원 안 된다”
이데일리 “‘국내주식도 못 팔고, 해외투자도 어렵고’ 국민연금 ‘이중 딜레마’”

위의 헤드라인 기사를 보면 ‘카드’, ‘소방수’, ‘이중 딜레마’라는 단어들이 반복됩니다.
정리하면, 국민연금은 환율이 흔들리면 꺼내 드는 정책 카드, 지수가 흔들리면 기대되는 시장 소방수, 비중 규제와 환율 사이에서 몸도 제대로 못 돌리는 이중 딜레마 주체로 동시에 소비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퇴직연금까지 기금화하여 현재는 500조 규모 2030년에는 1000조 규모로 성장 한다면, 이 돈이 “코스피 5000을 향한 국내 증시 부양용” 혹은 “추가 환율·주가 방어용 2차 연료통”으로 쓰이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그렇게 믿기 어렵습니다.


한 명의 시민, 한 명의 회사원, 한가족의 가장으로서 바라는 퇴직연금의 방향

저는 한 명의 직장인 투자자로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퇴직연금 목표는 “코스피 지수 5000”의 연료가 아니라 “개인이 갖고 있는 퇴직금이 물가상승률을 제외 최소 연 4~5% 이상 실질 수익률을 꾸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을 저비용 글로벌 패시브인덱스펀드·TDF 중심으로 설정하고, 수수료와 판매보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퇴직연금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을 강화해서 스스로 금융 상품을 투자 및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퇴직금은 정부나 특정 정당이 급할 때마다 꺼내 쓰는 비상금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언젠가 월급처럼 나와야 할 내 노후 자산”입니다. 그리고 제 DC·IRP 계좌 수익금은 제가 고민하고 공부하고 위험을 감수해서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이 소중한 돈을 정치권이 말하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코스피 5000 프로젝트’를 위해 한데 모으자는 제안에,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퇴직연금은 코스피 5000에 쏟아부을 연료가 아니라, 각자가 지켜야 할 자기 노후의 마지막 방어선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발언 일부를 담은 캡처 화면 네 장을 아래에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퇴직연금 기금화를 통해 모이는 자금이 ‘이재명 정부 5년 내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재원이 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퇴직금 수익률을 제대로 끌어올리는 데 쓰여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울러 개개인의 사유재산을 떡 주무르듯 하나의 기금으로 몰아넣으려는 발상이 과연 정당한지, 다시 한 번 되묻고 싶습니다.

2025년 9월 24일 TBC NEWS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발언 캡처
2025년 9월 24일 TBC NEWS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발언 캡처
2025년 9월 24일 TBC NEWS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발언 캡처

 

2025년 9월 24일 TBC NEWS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발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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