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2년 전 8월, 저희 가족 네 식구는 처음으로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어요.
목적지는 일본 홋카이도였고, 오타루–비에이–삿포로–토야호수–시코츠호수까지 렌터카로 도는 꽤 빡빡한 일정이었죠.
그중에서도 첫 도시는 오타루였어요.
오타루를 가장 먼저 넣은 이유는 단순했어요.
결혼 전에 아내와 함께 오타루에서 웨딩 촬영을 했었거든요.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그 장소를 다시 찾아가 보고 싶었어요.
결혼 전 여행의 기억과 네가족 첫 번째 해외여행이 겹치는 도시, 그게 저에게는 오타루였어요.
렌트카를 발려서 여행 ㄱㄱ
40℃ 서울에서 22℃ 오타루로
여행 시기가 한여름 8월이라 출발 전까지도 “덥겠지…” 걱정을 했는데, 막상 가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어요.
그때 서울은 한낮 기온이 40℃까지 올라가던 시기였는데, 오타루는 낮 12시 기준 22℃였어요.
긴팔을 입어도 될 만큼 선선하고, 걷기만 해도 기분이 시원해지는 그런 날씨였죠.
오타루에 도착한 첫날은 저녁이었는데, 비가 내려서 밖에 나가 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호텔에서 쉬었어요. 비 때문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다음날을 위해 몸을 좀 쉬어두자는 생각으로 아이들과 간단히 편의점 음식만 먹고 일찍 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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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야선 기차길 산책로에서
옛 테미야선 기찻길 산책로에서
다음날 아침, 날씨가 개어서 호텔 근처에 있는 옛 테미야 선 기찻길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어요.
지금은 운행을 멈춘 선로가 산책길로 바뀌어 있는데, 사람도 많지 않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첫째 딸은 철길 위를 한 칸 한 칸 밟으며 놀고, 저와 아내는 철길 위를 뛰어노는 아이 사진을 찍으며 한가롭게 돌아다녔죠.
오타루 운하에서
오타루 운하에서 탄 배, 한여름인데도 살짝 쌀쌀했던 오후
산책을 마치고는 오타루 운하 쪽으로 이동했어요.
6년전 오타루 운하에서 웨딩 촬영 이후 아이들과 함께 이곳들 다시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운하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고, 운하 유람선도 탔어요.
한여름 대낮이었는데도 북해도라 그런지 시원하다 못해 약간 쌀쌀할 정도였어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배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들은 물 위를 떠다니는 배가 신기해서 연신 주변을 바라보며 신기해하였어요.
저는 그냥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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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쿠엔 객실 풍경과 석식과 조식
코우라쿠엔 료칸, 다시 찾은 객실 노천탕과 불멍
운하 주변을 둘러본 뒤, 저희 가족은 다음날 일정 때문에 조금 일찍 숙소로 이동했어요.
오타루의 료칸인 ‘코우라쿠엔’이 그날의 숙소였어요.
결혼 전에 아내와 한 번 묵어본 곳이라, 이번 여행에서도 꼭 다시 오고 싶었어요.
코우라쿠엔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객실마다 전용 노천탕이 있다는 점이에요.
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바로 우리 가족만 사용하는 작은 온천이 있는 구조라, 온천을 좋아하는 저희 부부에게는 다시 오고 싶을 수밖에 없는 곳이었어요. 한국어로 응대해 주는 종업원이 있었던 것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요소였고요.
저녁에는 가이세키 정식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준비된 느낌이었고 맛도 정말 좋았어요.
“이 맛, 나중에 또 먹고 싶겠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였어요.
식사를 마친 뒤에는 료칸 정원에서 불멍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어요.
불멍과 함께 즐긴 마시멜로 구워먹기
그곳에서는 마시멜로를 원하는 만큼 가져다가 직접 구워 먹을 수 있었어요.
첫째 아이는 직접 장작불 앞에서 마시멜로 굽기를 해보는 거라 눈이 반짝였어요.
불멍을 즐긴 뒤에는 료칸 로비에서 삿뽀로 맥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과자도 준비돼 있어서 아이들은 과자 파티, 어른들은 맥주 한 잔으로 각자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어요.
료칸 정원에서
밤이 깊어갈 무렵, 아이들이 잠든 후에 저는 혼자 객실 노천탕으로 나와 하루의 피로를 풀었어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예전에 겨울에 이곳에 왔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눈이 소복이 쌓인 노천탕 옆에 삿뽀로 맥주 캔을 눈 속에 꽂아 두고, 아내와 웃으면서 여유롭게 온천을 즐기던 장면이요.
그때는 둘이었는데, 이제는 아이 둘을 데리고 같은 곳에 다시 와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어요.
다음날 아침에도 짧게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나서 짐을 정리해 체크아웃을 했어요.
코우라쿠엔에서 보낸 하루는, 이번 홋카이도 여행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큼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어요.
오르골당에서
오타루의 마지막 행선지 오르골, 그리고 비에이로
오타루에서의 마지막 코스는 오르골당이었어요.
실내 가득 다양한 오르골들이 진열돼 있어서 들어가자마자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
귀여운 캐릭터부터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종류가 정말 많아서, 저희 가족도 한참을 둘러보다가 아이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오르골을 하나씩 골라 선물로 사줬어요.
오타루 오르골당 하면 인터넷에서 항상 볼수 있는 사진을 찍어봄
그렇게 오르골당을 마지막으로, 저희 가족의 오타루 일정은 끝이 났어요.
이후 차를 타고 비에이로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바다와 마을을 보며 “그래, 오타루는 이렇게 기억에 남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다음 편에서는 오타루에서 출발해 도착한 비에이 여행 이야기를 이어서 적어보려고 해요.
푸른 언덕과 시골 풍경이 인상적이었던 비에이 이야기는, 또 다른 분위기의 홋카이도로 남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