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 세븐스타 나무
오타루에서의 즐거웠던 기억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비에이로 향하였습니다.
이전까지 겨울 풍경만 보던 북해도를 다른 계절에 직접 본다는 생각에 괜히 기대가 컸어요.
비에이로 가는 길에서
오타루를 벗어나 비에이 쪽으로 차를 몰고 가니, 풍경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어요.
도시 건물은 점점 줄어들고, 초록초록한 들판이 끝도 없이 펼쳐졌어요.
북해도 땅 넓이가 남한의 3/4 정도 된다고 하잖아요.
그 넓은 땅 대부분이 농경지로 쓰인다고 생각하니, 그냥 눈앞 풍경이 아니라 “이 나라의 밭”을 통째로 보는 느낌이었어요.
겨울에 보던 새하얀 설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같은 북해도 맞나 싶을 정도였죠.
2시간 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비에이 첫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세븐스타나무에서 보낸 저녁
비에이에서의 첫 방문지는 세븐스타나무였어요.
도착 시간은 대략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하늘이 서서히 노랗게 물들어가던 시간대였어요.
세븐스타 나무에서
노을빛 아래 서 있는 세븐스타나무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멋졌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 시간대에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였죠.
거의 우리 가족 전용 포토존처럼, 한가롭게 사진을 찍고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어요.
첫째 아이는 세븐스타 나무 주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었고, 저와 아내는 결혼전 이곳에 왔었던 것을 추억하면서, 결혼 전 둘이서만 왔던 시절 이야기를 잠깐 꺼내봤어요. 지금은 네 식구가 같은 장소에 서 있다는 게, 묘하게 뭉클했어요.
한참을 사진 찍고, 바람도 충분히 쐬고 나서야 숙소로 향했어요.
컨테이너 느낌의 작은 숙소에서
그날 묵은 숙소는 딱 봐도 “컨테이너를 개조한 듯한” 작은 숙소였어요.
겉보기에는 소박했지만, 하룻밤 보내기에는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체크인할 때 직원이 “문 꼭 닫으시고, 환기 팬은 계속 켜두세요. 안 켜면 벌레 들어와요.” 이렇게 얘기하는 바람에, 문단속은 유난히 더 잘 했어요.
다음날 아침, 크리스마스 나무에서
다음날, 우리 가족은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왔어요.
첫 목적지는 크리스마스 나무였어요.
이곳도 우리 부부가 웨딩촬영을 위해 방문했었던 장소였어요.
그리고 이곳은 크리스마스 나무만 있고 주변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주변에 특별히 볼거리가 있거나 상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차를 잠깐 세우고 나가서 사진 몇 장 남기고 다시 이동했죠.
그래도 탁 트인 언덕 위에 혼자 서 있는 나무 하나가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몇 장 찍고 나니 “아, 여기도 한 번쯤은 들를 만하다” 싶었어요.
청의호수와 흰수염 폭포, 북해도의 파란색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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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호수
크리스마스 나무를 뒤로하고, 이번에는 비에이에서 가장 유명한 청의호수와 흰수염 폭포 쪽으로 차를 돌렸어요.
청의호수에 가까워질수록, 사람과 차량이 확 늘어나는 게 느껴졌어요.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순간적으로 “여기 어디 한국 유명 관광지인가?”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호수 앞에 서서 물빛을 보는 순간,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지 알겠더라고요.
정말 말 그대로 ‘짙푸른색’ 호수였어요.물 위에 서 있는 나무들, 고요하게 고여 있는 파란색 물빛이 묘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누군가 금방 그 자리를 채워버려서, 우리 가족도 타이밍 맞춰서 후다닥 사진 몇 장 찍고, 그다음에는 그냥 풍경만 조용히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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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염폭포
청의호수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흰수염 폭포가 있어요. 여기는 청의호수보다는 확실히 사람이 적었어요.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파란색 물 위로 흰색 폭포 줄기가 여러 갈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는데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우리 가족 모두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어요. 첫째아이도 “물이 왜 파래?”라고 물어보면서 꽤 신기해했어요.
도카치다케 전망대와 점심 식사까지
폭포를 보고 난 뒤, 점심을 먹기 전에 한 군데를 더 들렀어요.
바로 도카치다케 전망대였어요. 길이 조금 험한 편이라, 여기에는 첫째와 저만 올라가 보기로 했어요.
날씨가 좋으면 화산 분화구가 가까이 보인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운이 없게도 마침 뭉게구름이 산봉우리를 덮어버려서 분화구는 끝내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아이와 중간중간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보는 그 시간이 나름 괜찮았어요.
“다음에 오면 분화구까지 꼭 보자”라는 약속을 남기고 내려왔어요.
입에서 살살 녹았었음
이후에는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어요.
아이들은 돈가스를 먹고, 저와 아내는 와규덮밥을 시켰어요.
메뉴판에 곰고기도 있어서 한참을 고민했지만, “이건 다음에 와서 도전해보자” 하고 이번에는 패스했어요.
이렇게 해서 비에이에서의 첫날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의 일정이 마무리됐어요.
이후 비에이 오후 풍경과, 해질녘을 보내고 난 뒤 잠깐 들른 삿포로 밤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서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