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야호수 전경
토야호수의 아침, 유람선부터
토야호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전날 밤 불꽃놀이의 행복했던 여운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더라고요.
아침엔 원래 계획대로 유람선을 타러 갔어요.
유람선은 생각보다 훨씬 한적했어요. 줄을 설 필요도 없고, 바로 표 끊고 바로 탑승 할 수 있었죠.
물은 맑고 하늘도 맑았는데, 이곳은 조금 덥고 습했어요.
분지 지형이라 그런가 싶었고요. “아, 지금 여름 휴가 중이지”를 가장 확실하게 느낀 순간이었어요.
토야호수 유람선은 예전에 부모님 모시고 겨울에 왔을 때도 탔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유람선이 성처럼 생겨서 신기했는데, 이번엔 아이들이 똑같이 반응하더라고요.
다만 겨울엔 너무 춥고 주변이 전부 하얘서 풍경을 여유 있게 즐기기 어렵잖아요.
이번엔 여름이라 배가 출발하니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와서, 호수와 산을 천천히 눈에 담을 수 있었어요.
코스는 선착장 출발 → 가운데 섬 도착 →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방식이었어요.
섬에서 시간을 보내도 되지만, 저희는 다음 일정이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돌아오는 배를 탔습니다.
“조금 더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여행은 늘 이렇게 아쉽게 지나가야 기억이 더 남는 것 같아요.
토야호수 전망대에서
토야호수 전망대가 ‘진짜’였다
사실 토야호수 전망대는 여행계획에 없었어요.
조금만 가면 들를 수 있다길래 한번 들렀다 간다 생각하고 가볍게 출발했거든요.
그런데 주차장에 내려 전망 쪽으로 걸어가는데, 그 순간부터 느낌이 달랐어요.
시야가 한 번에 확 열리면서 넓은 호수가 그대로 들어오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요.
토야호수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어제 갔던 쇼와신잔도 보이고, 호수의 윤곽과 물결이 한눈에 들어오니 말 그대로 멍하니 보게 되더라고요.
저랑 아내, 그리고 첫째까지 잠깐 말을 잃고 그냥 서 있었어요.
그러다 정신 차리고 사진도 찍고, 가족 사진도 남겼죠.
솔직히 토야호수는 매일 불꽃놀이 때문에 다시 오고 싶기도 하지만, 저는 이 전망대 풍경을 다시 보러 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요.
호수 다음엔 또 호수, 시코츠호수로 이동
토야호수의 경치를 뒤로하고, 저희는 시코츠호수로 이동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호수를 연달아 두 개 넣은 건… 일정 짜기에서 조금 아쉬운 선택이었어요.
분위기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감동의 결이 비슷하면 기억이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시코츠호수 대신 조금 아래쪽 노보리베츠 온천마을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여행 중엔 잘 몰랐었는데, 여행이 끝나고 기억을 돌아봤을 때 이런 아쉬움이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그래도 가는 길 자체는 좋았어요.
고속도로를 타고 숲길로 들어가는 과정이 북해도 특유의 ‘넓고 조용한 이동’이었어요.
마치 마음이 고요해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시코츠호수의 오래된 료칸
시코츠호수도 토야호수처럼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칼데라 호수였어요.
온천이 유명해서 ‘호수 보면서 온천’ 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래된 료칸을 선택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장단점이 확실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에어컨이 없었다는 점이에요.
료칸 숙박 후기에서 에어컨이 없다는 말이 보여 “에이, 설마” 했는데 진짜 없더라고요.
게다가 방충망이 살짝 뜬 부분이 있어서 창문을 활짝 열고 자기엔 벌레가 걱정돼서 못 열었고요.
결국 마지막 날 밤은 꽤 더운 상태로 버틴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불만만 남았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오래되었지만 객실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조망이 예뻤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료칸을 고른 이유였던 “온천욕을 하며 호수를 보는 경험”은 확실히 특별했어요.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우니까요.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동굴처럼 만든 공간에 호수 물을 받아 천연 온천탕 느낌으로 구성해 놓았다는 점이에요.
시설이 화려하진 않아도,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만들려고 한 흔적이 보여서 좋았어요.
대욕장은 오전에 사진 촬영을 허용해줘서, 덕분에 가족 사진도 남길 수 있었고요. 객실이나 건물 자체는 올드했지만, 결국 기억에 남는 건 “호수와 온천”이었어요. 그 포인트만큼은 분명한 장점이었습니다.
다음엔 “덜 달리고 더 머물기”
이렇게 해서 저희 가족의 북해도 여행이 마무리됐어요.
솔직히 초장거리 렌트카 여행이라 강행군이었고, 체력적으로도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었던 장면까지도 시간이 지나면 다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다음에 이런 렌트카 여행을 다시 한다면, 이동 동선은 확실히 줄일 것 같아요.
한 곳에 더 오래 머무르고, 그 동네의 리듬에 맞춰 하루를 천천히 쓰는 방식이요.
이번엔 “많이 보는 여행”이었다면, 다음엔 “심도있게 머무는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