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에서 “테슬라나 애플이 코스피에 등재되면 한국식으로 엄청 쪼개질 것”이라는 글을 봤어요.
처음엔 웃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웃고 넘길 얘기만은 아니더라고요.
국내 대기업을 보면 ‘그룹’ 안에 상장사가 여러 개가 존재하고, 심지어 “KODEX 삼성그룹주 ETF”, “PLUS 한화그룹주 ETF” 같은 상품도 실제로 존재하는 촌극까지 벌어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상상해봤습니다.
테슬라와 애플이 한국식 자금조달과 지배구조를 따라간다면, 코스피에선 몇 개의 회사로 분할 상장될까?
테슬라가 코스피에 상장 시 생길 법한 회사
한국식으로 가면 보통 “테슬라홀딩스(지주/중간지주)”가 꼭 생기고, 알짜 사업은 따로 떼어내 상장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 테슬라홀딩스(지주, 브랜드/지분 관리)
- 테슬라모빌리티(완성차: 모델 라인업 제조·판매)
- 테슬라파워트레인(모터·인버터·구동계)
- 테슬라배터리셀(셀 제조)
- 테슬라배터리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 혹은 리사이클)
- 테슬라팩시스템(BMS·모듈·팩)
- 테슬라기가팩토리EPC(공장 건설/설비, 외부 수주까지 확장)
- 테슬라슈퍼차저네트웍스(충전 인프라 운영)
- 테슬라에너지솔루션(ESS/가정용 전력 제품)
- 테슬라솔라(태양광/루프)
- 테슬라오토노미(자율주행 SW, 구독 매출)
- 테슬라DOJO컴퓨트(학습용 인프라·데이터센터)
- 테슬라로보틱스(옵티머스/산업용 로봇)
- 테슬라인슈어런스(보험)
- 테슬라파이낸스(리스·할부·중고차 금융)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산운용회사에서 “테슬라그룹 ETF”를 만들것입니다.
“그룹 계열 상장사들을 묶어 투자한다”는 발상이 한국에서는 이미 낯설지 않으니까요.
애플이 코스피에 상장 시 생길 법한 회사
애플도 한국식이면 “디바이스/부품/서비스”가 따로따로 쪼개질 가능성이 큽니다.
- 애플홀딩스(지주)
- 애플디바이스(iPhone/iPad/Mac 제조·판매)
- 애플웨어러블(Watch/AirPods)
- 애플실리콘(SoC 설계·IP, ‘애플칩’ 사업부 분리 상장)
- 애플디스플레이솔루션(패널·광학 협력망/모듈)
- 애플카메라모듈(카메라·센서/모듈)
- 애플OS플랫폼(iOS/macOS, 개발자 생태계 수수료)
- 애플서비스(구독: Music/TV+/iCloud 등)
- 애플스토어리테일(오프라인/온라인 유통)
- 애플페이&파이낸셜(결제/금융)
- 애플헬스(건강 데이터/서비스)
- 애플ARVR(비전 계열)
- 애플클라우드(iCloud·인프라)
이렇게 쪼개 놓으면, 매년 IPO 이벤트가 끊이지 않을것이에요.
“올해는 애플페이, 내년은 애플헬스” 같은 식으로요.
투자자 입장에선 이벤트가 많아져서 흥미로워 보이지만, 문제는 항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분할상장, 주주에게 좋을 때도 있다
우선 중립적으로 말해보자면, 자사 분할 상장이 항상 악은 아니에요.
사업이 분리되면 실적이 더 투명해지고, 사업별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되고 ,전문 경영이 가능해지고, 자금조달도 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인적분할(주주가 신설회사 지분을 함께 받는 구조)”은 ‘내 몫을 같이 쪼개 갖는다’는 감각이 있어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합니다.
반대로 논란의 중심은 대개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IPO입니다.
비난의 원인은 ‘분할’자체가 아니라 물적분할+자회사 IPO
물적분할은 신설회사의 지분을 모회사가 100% 가져갑니다.
기존 주주는 모회사 주식만 들고 있고요.
여기서 자회사가 IPO를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알짜 사업의 성장 기대가 자회사 주가로 더 직접 반영되고, 모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복잡한 하락(지주/중복상장 하락)을 맞고, 결과적으로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주식을 간접 보유중인데도 손해는 먼저 맞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 감각이 실제로 크게 폭발했던 케이스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을 많은 사람이 떠올립니다. 기사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후로 LG화학 주가가 장기간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이 반복됐고, 이 이슈가 제도 논의의 불씨가 된 것도 사실이에요. (마켓in)
주주에게 좋은가? 오너에게 좋은가?
정리하면 저는 이렇게 봅니다.
“사업을 쪼개서 가치를 더 잘 보여주겠다”가 진짜 목적이라면, 기존 주주가 그 과실을 함께 가져가게 설계해야 합니다. (인적분할, 합리적 배정/보상, 모회사 주주 보호책 이행)
그런데 “물적분할 → 자회사 IPO”는 구조적으로 오너/지배주주가 컨트롤을 유지한 채 자금조달을 하는 데 유리합니다. 그래서 ‘내 주식이 낳은 송아지가 남의 소가 되는 느낌’이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sls.skku.edu)
그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자초한 것 이라는 말도 완전히 틀리진 않다고 봐요.
시장이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는 구조가 반복되면, 결국 밸류에이션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
저는 국장 전체를 싸잡아 폄하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개인 투자자로서 딱 한 가지가 걸립니다.
“내가 가진 종목이 앞으로도 그 성장의 과실을 계속 받을 수 있나?”가 불명확해지는 순간, 제 돈을 투자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런 의미에서 “그룹 ETF”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풍경은, 한국이 얼마나 ‘쪼개진 상장사 묶음’에 익숙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이 누적되면 결국 시장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 글은 본인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지 투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투자에 관한 책임은 온전히 투자자 개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