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5억으로만 남은 평생을 산다면: 김부장 은퇴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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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관하여/여러가지 이야기

퇴직금 5억으로만 남은 평생을 산다면: 김부장 은퇴 시뮬레이션

by 파도위의그래프 2025.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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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날 아내에 품에 안기는 주인공의 모습(출처 jtbc)

퇴직한 날, “고생했다 김 부장”이 남긴 질문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낙수(김 부장)가 퇴직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에 앉는 장면이 있어요.
아내는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온 주인공을 보게 된  순간 놀라지만, 곧 알아차리죠.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풀어주다가 두 팔을 벌리고 말합니다.
“고생했다 김부장.”
김낙수는 “미안해”라고 하고요. 아내는 웃으면서도 울먹이며 “미안해는 뭐가 미안해”라며 등을 토닥이고 안아줍니다.
둘이 서로 끌어안으며 같이 우는 그 장면… 저는 이상하게 오래 남더라고요.
그간 고생하여 김낙수 손에 깊게 새겨진 주름진 손까지요.

저도 직장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현재 대학교 졸업 후 한 회사에 십여 년 넘게 다녔어요.
갓 신입 신입사원 때는 은퇴가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매일이 실전이라 퇴사 같은 단어를 생각할 틈도 없었거든요.
돈은 그냥 단순히 모으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가고, 선배들이 하나둘 퇴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이곳을 나가는 순간이 오겠구나.”
그때 저는 웃을지, 울지, 아니면 아무 표정도 못 짓고 나올지… 가끔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퇴직금 5억 생존기

그래서 오늘은 제가 김낙수가 되었다고 치고, 은퇴 자산을 굴려보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강동구 아파트 1채(강동구 평균 시세 12.3억 가정), 현재 가용할 수 있는 현찰은 오로지 퇴직금 5억 원 국민연금과 같은 기타 자산은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설정은 아래와 같이 잡았습니다.

  • 강동구 아파트 1채(12.3억): 집은 매도하지 않고 오로지 퇴직금으로만 버팀
  • 가용 현찰 퇴직금 5억 : 퇴직 후 어떠한 경제활동도 하지 않고 이 현찰만 이용하여 버틴다
  • 자산 포트폴리오: SCHD 45% / SPYM 30% / QQQM 20% / 레버리지 5%
  • 매년 1월 1일, 해당 시점에 금융자산의 4%만 생활비 통장으로 옮김 
    → 첫해 금융자산이 5억이면, 첫해 생활비 통장에는 2,000만 원(월 약 167만 원)이 들어옵니다. 대신 시장이 좋아 자산이 상승하면 생활비가 늘어나고, 시장이 하락하면 생활비도 줄어듭니다.

30년 시뮬레이션의 결과

시장에대한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 “주식형 총수익”의 장기 평균을 연 11%로 두고(100년간 S&P500 평균 상승률)
  • 30년 동안 큰 폭락 5번(닷컴/리먼/코로나/미중무역갈등/2022년도 금리인상 급)을 넣되,
  • 폭락 다음 해에는 현실처럼 ‘강한 회복’이 몇 번 나타나는 흐름으로 만들었습니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 같은 투자 규칙과 조건을 놓고 미래 수익률을 매번 다르게 무작위로 뽑아 4,000번 반복 실행 해서, 30년 뒤 자산이 보통 어느 범위로 흘러갈지(중앙값·변동폭)를 보는 모의실험입니다.

김낙수 은퇴 시뮬레이션 결과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위에 제가 설정한 규칙으로 ‘김낙수의 30년’을 4000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습니다.(ChatGPT이용)
다시 한번 말하지만, 김낙수 가족은 이제 매년 1월에 그 해 금융자산의 4%만 생활비로 빼고, 현금은 배당 ETF(45%)+지수추종 ETF(50%)+레버리지(5%)를 섞어 운용합니다. 그리고 30년 동안 시장에 큰 하락장은 5번 온다고 가정했어요.

쉽게 말해, 김낙수가 다중 우주에 4000명 있다고 가정하면, 운이 좋은 김낙수도 있고 운이 나쁜 김낙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고 넓은 범위로 퍼지게 되는 겁니다.
차트의 주황 점은 ‘정 가운데에 있는 가장 보통의 김낙수(중앙값)’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흐름이라고 보면 됩니다.

중앙값 보통의 김낙수의 퇴직금 시드 변화

10년 차 : 4.35억
→ 다음 해 생활비(연초 4%) 약 1,740만 원(월 145만 원)

20년 차 : 5.07억
→ 다음 해 생활비(연초 4%) 약 2,028만 원(월 169만 원)

30년 차 : 4.26억
→ 다음 해 생활비(연초 4%) 약 1,704만 원(월 142만 원)

여기서 중요한 건 “자산이 계속 우상향 하냐”보다, 생활비가 시장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점입니다.
4% 룰을 쓰면 ‘월급처럼 고정된 생활비’는 어렵지만, 반대로 폭락장에서 시드를 과하게 뜯어먹는 실수를 줄일 수 있어요.

볼린저 밴드(파란 범위)가 말해주는 것

볼린져 밴드영역이 하단이 0으로 붙는 건 대부분 파산이 아니라, 아주 나쁜 타이밍이 겹치면 시드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반대로 위쪽이 열린 건 같은 규칙이라도 상승 구간을 잘 타면 생각보다 크게 커질 수도 있다는 뜻이고요.

비교 시나리오: 아무것도 안 하고 예금 단리로만 두면?

이번엔 “5억을 예금에 단리”로 둔 버전도 같은 규칙(연초 4% 인출)으로 넣었습니다.

  • 단리 이자율은 예시로 연 3%(연 1,500만 원)로 고정
    (현실 예금은 잔고에 따라 복리처럼 움직이지만, 여기선 보수적으로 ‘단리’로 단순화했습니다.)

결과(대략 치):

  • 10년: 약 4.6억
  • 20년: 약 4.3억
  • 30년: 약 4.1억

즉, 변동형 4% 인출을 쓰면 예금도 “바로 0”이 되진 않지만,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구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예금 이자가 그걸 못 따라가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줄어드니까요.
반대로 주식형은 폭락이 무섭지만, 길게 보면 물가와 같이 뛰어줄 확률이 있습니다(물론 보장은 아닙니다).

결론

김낙수의 은퇴를 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퇴직금 금융자산만으로 생활을 꾸리려면 결국 승부는 수익률이 아니라 규칙에서 갈립니다. 저는 이 시나리오를 돌려보면서 제 결론은 이 한 줄로 정리됩니다.

"은퇴는 큰돈을 버는 게임이 아니라, 큰 실수를 하지 않는 게임이다.”

저는 전국의 김낙수에게 딱 3가지 룰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첫째, 가용 현금성 자산의 4%/12가 ‘월급’이다. 더 소비하지 않는다.
시장 좋을 때는 생활비가 조금 늘어도 되고, 나쁠 때는 줄어드는 걸 받아들인다.
이것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줄 요소입니다.

둘째, 폭락장에는 자산을 증식할 생각이 아니라 살아남을 생각만 한다.
생활비는 잠깐 줄이고(선택지출부터), 포트폴리오는 건드리지 않는다.
폭락은 내가 이길 대상이 아니라, 내가 극복해야 할 계절입니다.

셋째, 레버리지는 보너스다. 위기 때는 가장 먼저 줄인다.
은퇴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는 자산을 상승시킬 엔진이 아니라 자산에 부담이 될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위의 세 가지만 다짐만 지킨다면 금융 폭락이 다섯 번 와도 은퇴 후 자산이 위태해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계좌는 흔들리지만, 삶은 흔들리지 않게 만들 수 있거든요.
반대로 이 규칙이 깨지는 순간, 은퇴는 원금고갈로 걱정하는 삶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언젠가 저도 김낙수처럼 퇴직 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날이 오겠죠.
그날 거실에 앉아 있는 내가 초라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건 대박이 아니라 안정감과 규칙입니다.
연초 4%라는 규칙, 폭락에서 버티는 규칙, 욕심을 자르는 규칙.
이 세 가지 규칙이 있는 한, 퇴직 후에도 은퇴 자산 걱정 없이 집에서 평안하게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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